Daum 미즈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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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정신을 완전히 놓고 살아요.

친정에 완전소중 내 카메라를 놓고와서 아침댓바람부터 용인과 서울을 버스타고 왕복했어요.

버스아저씨의 현란한 운전솜씨에 두눈을 질끈감고 속으로 환호성을 외쳐요..

이린 닝기리..

 

카메라를 가지고 집에 도착했어요.

벌써 저녁시간이 다되었어요.

오늘 하루 완전 버스에서 시간을 줄줄 흘리고 왔어요.

 

냉장고문을 열어 저녁식사를 준비하려 보니..

아..전날 장본 맥주와 안주거리만이 날 반겨요.

 

신랑이 전화를 걸어서

[자기야 나 오늘 밥 먹고 갈께~]

이러면 나도 모르게 올레를 외칠것 같아요.

 

하지만 야근을 해도 집에 와서 밥을 먹는 신랑의 식습관을 알기에 도로 좌절에 빠져요.

 

얼른 지갑을 챙겨요.

마침 오늘은 아파트장날이에요.

 

생선코너로 가요.

떨이시간이래요.

와우~

 

홍합이 싱싱해보이길래 한봉지 달라고해요.

아저씨가 떨이라고 두봉지에 3천원 가지고 가래요.

 

한번 거절해요.

 

아저씨가 못들은척 다시 두봉지를 권해요.

 

또 거절해요.

 

아저씨가 다시

'요즘 홍합 맛있어서 두봉지로도 모질라요!'

라고 해요.

 

이번엔 내가 못들은척 해요.

 

생선가게 아저씨의 끈질긴 권유에

난 끈질기게 거절해요.

 

홍합1봉지, 국내산 우렁 1봉지, 생물고등어 1마리를 샀어요.

권유를 거절당한 아저씨는 절대 가격을 깍아주지 않아요.

500원 에누리 없이 다 받아가세요. 

 

그래도 언제나 마음만은 대인배로 사는 나는 인사를 하고 나와요.

 

홍합탕을 끓여요.

'올레'

이건 환상의 맛이에요.

 

내가 해본 탕 중 제일 간단하고 맛있어요.

 

얼른 신랑이 오길 기다려요.

 

신랑이 오고 있데요.

솥에 밥을 안치고 이것저것 준비해요.

신랑이 올 즈음에 홍합탕을 데워요.

 

신랑이 안와요.

대신 전화가 울려요.

 

'미안한데 차가 막혀서 나 좀 늦을것 같아'

 

이런 내 걸작인 홍합탕이 얼굴을 붉혀가며 서서히 질겨지고 있는게 눈에 보여요.

 

가스렌지 불을 꺼요.

 

다시 신랑에게 전화가 와요.

 

'자기야..막힌데가 좀 풀린다. 빨리 갈것 같아'

 

그럼그렇지. 흐뭇한 미소를 띄우며 다시 신랑이 올즈음해서 홍합탕을 데워요.

전화가 와요.

 

'자기야..여기 어디어디인데 또 막힌다.'

 

이런.................

이건 분명 살을 빼라고 신랑이 날 거실과 방에서 주방으로 왔다갔다하게 하려는 속셈같아요.

아니면 신랑은 날 멍멍이 훈련 시키는게 분명해요.

 

다시 불을 꺼요.

 

신랑이 퇴근해서 왔어요.

이미 홍합은 질겨졌지만 신랑은 내 얼굴을 보며 굿굿을 해줘요.

하지만 빈말 같아서 그닥 흥이 안나요.

 

내 절정의 홍합탕을 그렇게 질겨진채 우리의 뱃속에 들어갔어요.

역시 1봉지 끓였지만 홍합은 5개 남았어요.

두봉지 샀으면 3일연속으로 홍합탕만 먹을뻔 했어요.

 

국물까지 후르륵 마셔버리는 신랑을 보며~

마음의 평화를 느끼다가

다시 내일 저녁거리 고민으로 마음의 평화가 깨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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