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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전문가 이종국, 마음을 담아 요리를 그리다 2011-08-18

메종 | 추천 1 | 조회 896

막 따온 자연의 재료를 이용해 담백하면서도 맛깔지게 요리한 우리 음식을 ‘푸드 아트’라 할 만큼 그림처럼 담아내는 요리전문가 이종국. 요리할 땐 누구보다 엄격하고 요리 이야기를 할 때는 꿈 많은 청년 못지않게 열정이 느껴지는 그에게서, 그리고 그가 손수 차려준 밥상에서 우리 음식에 대한 진실한 마음이 전해졌다.





1 요리전문가 이종국이 컬렉션한 다기. 장 안에는 이조 시대의 것부터 한창 활동하고 있는 도예가의 작품까지 다양한 디자인의 다기가 있다.


2 보리밥과 상추, 쌈장, 찐 감자 등 지극히 소박한 음식도 이종국의 손을 거치면 금세 자연스러우면서도 멋진 파티 음식이 된다.


3 이종국의 푸드 스튜디오 겸 집의 거실 한쪽에는 그가 모은 나주소반과 통영소반을 층층이 쌓아놓았다. 모두 100년 이상 된 소반으로 훌륭한 오브제 역할을 한다.

요리전문가 이종국이 6개월 전 이사를 했다는 소식을 전해듣고 섭외차 전화를 건 에디터에게 그는 선뜻 "그럼, 밥이나 먹으러 와요" 하며 집으로 초대를 해주었다. 성북동 언덕을 오르고 올라 거의 끄트머리쯤 위치한 그의 스튜디오 겸 집은 초록의 예쁜 정원을 지닌, 그리 요란스럽게 화려하지 않은 딱 보기 좋은 2층 양옥이었다. 그리고 현관으로 마중 나온 이종국과 처음 만났다.

 

 편안하고 푸근한 인상으로 에디터를 맞은 그는 거실 가운데에 놓인 커다란 식탁으로 안내했다. 에디터가 앉은 자리에만 단정하게 매트가 깔려 있고 수저까지 놓여 '이상하다' 싶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잠시 기다리라고 하고는 이종국은 부엌으로 들어간다. 얼마 지나지 않아 부엌문이 열리더니 에디터 앞으로 접시 하나가 놓여졌다. 이종국이 직접 만든 전채요리였다. "드세요" 하며 간단히 요리 설명을 하고는 또 사라져버리는 그. 전채요리를 다 먹을 즈음 또다시 그림 같은 요리가 에디터 앞에 놓였다.

 

작은 볼을 창호지로 덮개를 만들어 씌우고 그 덮개 가운데 밥풀로 작은 들꽃을 붙여놓은 세팅이 너무 예뻐 유명 식당에 온 극성 블로거처럼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일어서 촬영까지 했다. 처음 음식이 놓여졌을 때의 당황스러움과 어색함은 온데간데없이 조용한 거실 한가운데 앉아 혼자서 감탄사까지 터뜨리며 그릇을 싹싹 비우고 있는 에디터 자신의 모습이 좀 우습기까지 했다. 그렇게 에디터는 요리전문가 이종국을 처음 만난 자리에서 메인 요리와 디저트까지, 몸 둘 바 모를 정도의 극진한 점심 코스 요리를 대접 받은 것이다.

 

 "선생님, 함께 드시죠. 왜 안 드시고 저만…." 조심스레 묻는 에디터에게 "나, 원래 그래요. 내 손님이 왔는데 내가 요리해서 드려야죠. 원래 셰프는 앉을 수 없는 거야" 한다. 이종국은 평상시에도 자주 지인들을 불러 이렇게 상을 차려준다고 한다. 귀찮을 법도 할 것 같은데 그는 오히려 즐겁다고 이야기한다. 그가 컨설팅한 레스토랑에서 그의 레시피로 만든 음식을 맛보긴 했지만 그의 집에서 맛보는 그의 요리는 레스토랑의 그것과는 차원이 다른 감동을 주는 맛이다. 굳이 요리한 이가 말하지 않아도 요리에 그득 담긴 정성을 그대로 느낄 수 있어서다. 그의 말대로 이게 '진짜'이기에 그런가 보다.





1 요리전문가답게 수십 년 동안 모은 그릇과 그만의 푸드 스타일링을 위해 맞춤 제작한 그릇이 방 하나를 가득 채울 만큼 많다. 더 놀라운 것은 여기에 있는 그릇은 그의 컬렉션 중 일부일 뿐이라고.


2 거실에는 그가 오랫동안 모아온 우리 앤틱 가구와 유럽 앤틱 가구, 미술 작품이 전혀 어색함 없이 잘 어우러져 있다.


3, 4 부엌 앞 꾸며놓은 그릇 방의 그릇 하나하나는 갤러리를 연상시킬 만큼 깔끔하고 단아하게 제 위치를 찾아 놓여 있다.


5 알바알토의 커다란 화기에 모아놓은 연필의 다양한 컬러가 시원한 블루 벽과 매우 잘 어울린다.

이종국이 말하는 '진짜'는 마음을 담은 요리다. "요리를 할 때 가장 중요한 건 마음을 담는 거예요. 제철에 자연에서 채집한 식재료를 상하지 않게 살살 씻어 먹을 사람을 생각하며 정성스럽게 요리하는 거죠. 마음이 담기지 않은 요리는 티가 나요. 맛이 없거든." 이렇게 만든 요리는 보약 못지않은 건강식이 된다고 덧붙였다.

 

이종국은 '채집 요리'라는 말을 우리 요리의 유행처럼 번지게 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홑잎나물, 고추나무, 오이나무…. 이 집 정원에서만도 먹을 수 있는 재료들이 꽤 많다. 물론 모두 요리 전 직접 따와 씻어서 바로 사용된다. 채집 요리는 단순히 팔기 위해 채집한 재료가 아닌 '우연찮게 바위 옆에 난 머위잎을 따는 할머니 마음'으로 얻은 인간의 손을 최대한 덜 탄 야생의 먹을거리로 만든 요리라고 설명한다. 그렇기 때문에 재료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고 최상의 좋은 맛을 내기 위한 요리사의 고민과 각고의 노력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많은 시간도 투자해야만 한단다.

 

그제서야 그의 부엌 냉장고에 붙여놓은 메모 속 '눈물 1/2T, 아픔 1T, 시간 3T, 사랑 1T, 자존심 0.5t'의 의미를 알 것 같았다. 또한 제철 재료 하나하나를 모두 소중히 다뤄야 하고 제대로 보관도 해야 하기 때문에 그의 집에는 냉장고가 11대나 있다. 재료를 손질할 때도 버리는 것이 많지 않은데 '좋은 셰프는 음식 쓰레기가 나오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그의 요리 철학이기도 하다.





1, 2 1층과 달리 2층은 이종국만의 사적인 공간으로 꾸며놓았다. 2층에서는 문인환의 그림과 박서보의 작품, 키스 해링의 작품 등 이종국의 많은 아트 컬렉션을 만나볼 수 있다.

"요리사는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와 같아요. 재료 하나하나의 개성을 살리면서 훌륭한 화음을 낼 수 있게 하고 애피타이저부터 디저트까지 불협화음 없이 무사히 잘 연주되도록 책임져야 합니다." 이종국은 재료의 개성을 살리고 자연의 향과 맛을 고스란히 전하기 위해서는 강한 양념도 피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또한 요리도 그림과 같아서 덧칠하려고 하면 할수록 이상해진다며 요리에 있어서도 '절제의 미'를 강조했다.


서양화를 전공해서일까, 이종국의 요리는 그림처럼 예쁘다. 분명 우리 음식의 전통을 기반으로 했음에도 뻔한 느낌이 전혀 없다. 그렇다고 결코 '퓨전 요리'로 오해해서는 안 된다. 이 나라, 저 나라의 음식을 이 맛도, 저 맛도 아니게 섞어놓은 요리와는 다르다. 우리 요리의 고전이 아닌 창작판인 셈. 그리고 우리 음식은 어렵고 진부한 게 아니라 간단하고 세련된 음식이라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충분히 세계화가 가능한 것이라고. 문득 지난해 청와대까지 나서 한참 화두로 삼았던 '한식의 세계화'라는 캐치프레이즈가 떠올랐다. "일단 말부터 틀렸어요. 왜 우리 음식을 우리끼리 '한식'이라고 부르나요? 그냥 '우리 음식'이면 됐죠. 세계화하려면 우리 전통의 맛만 고집할 게 아니라 외국인의 입맛까지 사로잡을 수 있는 보편타당한 맛을 찾아야 합니다." 재료 선택부터 요리, 스타일링까지 요리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이후 이종국은 내내 이 보편타당한 맛과 멋을 찾는 데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이종국의 요리를 이야기하는 데 있어 스타일링도 빼놓을 수 없다. 그의 스타일링은 마치 그래픽 작품을 보는 것 같다. 그러면서도 매우 자연스럽다. 여백이 많지만 전혀 허전해 보이지도 않는다. 푸드 스타일리스트들이 사용하는 붓, 스포이트, 핀셋, 면봉 등의 도구는 그의 스타일링에서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이유를 물으니 "먹는 음식에 왜?"라는 답변이 돌아온다. 스타일링은 '감동'을 주기 위해 필요한 것이지만 자연스러우면서도 멋있는 게 가장 좋은 스타일링이요, 스타일링에도 재료의 궁합과 스토리가 담겨 있어야 한다는 것이 요리전문가 이종국의 의견이다. 스타일링을 할 때도 요리와 마찬가지로 정도가 지나쳐서는 안 된다.

 

 간략하면서도 호소력 있게, 그만할 때를 알고 손을 떼야 한다는 것. 그림을 그리고, 인테리어 디자인을 한 그의 독특한 이력답게 그는 요리뿐 아니라 디자인에도 관심이 매우 많다. 그가 사용하는 식기는 60% 정도가 그가 직접 디자인해 제작한 것이며 소반과 같은 우리 앤틱을 현대적으로 바꿔 어디에서도 보지 못한 독창적인 테이블웨어로 만든다. 심지어 그의 요리 클래스에서 제공되는 레시피를 담아주는 종이 파일조차도 범상치 않은 디자인이다. 이 모든 것이 우리 음식의 세계화에 한발 더 다가서기 위한 이종국의 노력이다.





1, 5 요리전문가 이종국은 요리 연구는 물론 요리 클래스와 레스토랑 컨설팅, 푸드 아트 책 출판 등 다양한 프로젝트로 쉴 틈 없이 바쁜 생활을 하고 있다. 또한 7월부터 대구의 상서여자정보고등학교 조리학과 3학년의 실습 수업도 그의 집에서 진행하고 있다.


2 일찌감치 '우리 음식의 세계화'를 위해 요리 연구를 해온 이종국은 최근에는 우리 디저트를 만드는 데 많은 관심을 갖고 새로운 메뉴 개발을 해오고 있다. 그의 집 정원 풀밭에 올려놓은 메뉴는 두부를 이용해 만든 디저트다.

요리를 전문적으로 배운 적 없는 이종국에게 스승은 어머니, 시장, 여행이었다고 한다. 그중에서도 어머니가 물려준 끼와 손맛은 그를 지금의 자리에 이르게 한 가장 큰 힘이었다. 막내라는 이유로 콩나물과 두부 심부름을 독차지했고, 명절 즈음에는 인절미를 만들기 위해 형, 누나와 함께 절구공이를 번갈아가며 찰떡을 쳐대기도 했다.

 

 20년 전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짐 정리를 하다 그는 장독대에서 한참을 울었다고 추억했다. 항아리 안에는 고사리, 도라지, 무말랭이, 고추잎 한잎 한잎이 어머니의 정성으로 말려져 봉지봉지 저장되어 있었단다. 유독 반찬 투정을 많이 하는 깐깐한 막내아들에게 무명 앞치마에 물 마를 날 없이 반찬을 만들어 차려준 어머니의 식탁은 늘 판도라 상자였다고 한다. 그런데 그 비밀이 독 안에 있었다는 생각에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더욱 치밀어 울음이 터져나왔고 그 끼와 맛을 이어가는 아들이 되었다는 것에 새삼 감사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종국은 컬렉터이기도 하다. 그릇은 물론이고 미술 작품과 우리의 고가구, 도자기, 서양 앤틱 등을 수십 년간 모아오고 있다. 모은 양도 방대할 뿐 아니라 이에 대한 지식도 전문가 수준이고 집 안을 둘러보면 서로 달라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것들이 그의 감각에 의해 기술적으로 믹스 매치되어 있는 데 또 한 번 놀라게 된다. 100년 넘은 우리나라 소반과 바우하우스 시대의 독일 디자인 가구, 왕정시대의 유럽 앤틱 가구, 컨템퍼러리 미술 작품 등이 어색함 없이 성북동 그의 보금자리에 공존한다. 컬렉터로서의 고르는 기준을 물었더니 그는 또다시 '마음'이라는 단어를 꺼냈다. 투자가치를 따지기보다 우선적으로 그의 마음이 움직여지는 것, 두고두고 보고 좋아할 수 있는 것을 고른다고 한다. 10년 전 성북동에 처음 왔을 때도, 이 집을 선택하게 된 것도 모두 그의 마음이 동(動)해서다.

특히 이 집으로 이사온 이후 좋은 기를 받아서인지 그는 일이 더 많아졌다고 한다. 그리 좋아하는 여행도 몇 달 동안 갈 수 없을 만큼 프로젝트가 끊이지 않고 있다. 곧 배상면주가를 통해 그가 만든 식초가 출시될 계획이고 이어서 드레싱과 잼도 시판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몇 달 동안 다섯 군데의 레스토랑 컨설팅을 진행 중이고, 조리고등학교 학생들부터 재벌가 안주인들까지 쿠킹 클래스도 그의 스케줄러에 빼곡히 짜여 있다.

 

9월엔 이탈리아 푸드쇼에도 참여해야 하고 그의 요리와 스타일링을 담은 약 250쪽 분량의 책 <푸드아트(가제)>(대가출판사)도 우리말과 영어, 일어 3개국어로 출판해야 해서 요즘 막바지 작업에 한창 바쁘다고 한다. 요리전문가 이종국의 궁극의 꿈은 무엇이길래 그는 점점 더 가열차게 달리는 걸까? "내가 그림도 그리고, 인테리어 디자인도 해보고, 다양한 걸 해봤는데 그중 가장 어려운 게 '요리'더라고요. 나중에 모든 조건이 잘 맞아 제대로 할 수 있을 때 '민어 전문점' 같은 재료 하나만을 제대로 요리할 수 있는 식당을 해보고 싶어요. 그리고 더 시간이 흘러 이만하면 됐다 싶을 때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한곳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해보고 싶어요.

 

편안하게 글 쓰고 그림 그리면서 한 사람의 지인을 위해 내가 꾸민 공간에서 밥 차려줄 수 있는 일을 하려고요." 살다 보면 언뜻 초라해 보이지만 당당한 것들을 발견하게 된다고 한다. 이것은 충분히 명품이 될 수 있고 명품은 옆에 무얼 갖다 놓든 다 잘 어울린다. 이종국은 우리 음식이 바로 명품이 되기를 바란다. 그래서 그는 정성을 다해 마음을 담아 오늘도 요리 중이다.

간략하면서도 호소력 있게, 그만할 때를 알고 손을 떼야 한다는 것. 그림을 그리고, 인테리어 디자인을 한 그의 독특한 이력답게 그는 요리뿐 아니라 디자인에도 관심이 매우 많다. 그가 사용하는 식기는 60% 정도가 그가 직접 디자인해 제작한 것이며 소반과 같은 우리 앤틱을 현대적으로 바꿔 어디에서도 보지 못한 독창적인 테이블웨어로 만든다. 심지어 그의 요리 클래스에서 제공되는 레시피를 담아주는 종이 파일조차도 범상치 않은 디자인이다. 이 모든 것이 우리 음식의 세계화에 한발 더 다가서기 위한 이종국의 노력이다.



3 보리밥에 함께 쪄낸 감자. 감자 특유의 투박하고 소박한 느낌을 돋보이도록 두었다. 이종국이 이야기하는 자연스러우면서도 멋이 느껴지는 푸드 스타일링이 바로 이런 것 아닐까.


4 이종국의 성북동 집 정원에는 오이나무, 고추나무, 흩잎나물 등이 심어져 있어 바로바로 채집해 요리할 수 있다.


6 싱그러운 여름의 자연을 그대로 담아낸 듯한 디저트인 '미나리 주스'.


에디터 신혜원 | 포토그래퍼 이종근


신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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