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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 너머, 양양의 맛 2017-08-28

여성중앙 | 추천 1 | 조회 427

설악산 너머, 양양의 맛

금강산 자락 타고 긴 바람이 내려오는 대진항은 김기덕이나 홍상수 감독이 알면 바로 영화 촬영지로 점찍을 듯한 동해 최북단 포구다.

동해의 양양군이 바로 옆으로 왔다. 새로 난 동서고속도로 덕이다. 강원도 내에서도 설악산너머 양양은 높은 재, 굽이치는 산길을 넘어야 했으니 쉬운 길이 아니었다. 연어 잡으러 남대천으로, 비 오는 솔밭에 송이 찾아 나서는 곳, 설악산 너머의 양양이다.

갈수록 뜨거워지는 열기에 산바람, 갈마바람 맞으러 동해로 간다. 양양과 속초, 내친 김에 국토의 최북단 금강산 자락 고성군의 맛도 본다. 동쪽은 새파란 바다, 왼편은 대청봉 울산바위 설악산이고, 더 북쪽에는 금강산 자락이 내려와 있다. 양양군에서는 ‘전통시장’을 찾으면 모든 게 해결된다.

표시판에 적혀 있는 거리는 양양IC에서 1.5km다. 걷는 것도 좋겠다. 먹을 것도, 푸성귀도, 동해 바다 활어회는 물론이고, 해변에서 신을 샌들도 양양전통시장에서 사시라. 여기는 시장이다. 관광객을 겨냥한 시장이 아니고, 덜렁 먹거리 골목으로 남아 있는 이름뿐인 시장도 아니다. 늘 열려 있는 상설 시장과 끝자리 4일, 9일에 여는 오일장이 함께 있다.

시장 안의 식당이 다양한 상점과 어울려 있는 푸근한 곳이다.양양전통시장 깊숙이, 외관은 흡사 분식집 같은 ‘송이향’이 있다. 실제로 향이 나는 집이다. 이 집 칼국수는 송이 향, 능이 향을 담고 있다. 양양에서는 강원도 어디보다도 약초, 버섯, 산나물 채집 가게가 많이 보인다. 시장 골목길에 있는 버섯 채집상에서 가을에 구입한 송이, 능이를 넣어 송이향에서는 일 년 내내 칼국수를 끓이고 있다.

‘섭국’도 판다. 여기 동해 북단 지역에서만 맛볼 수 있는 토속 홍합탕이다. 종로통 깍쟁이처럼 생긴 여간한 아주머니가 송이 생칼국수, 능이 생칼국수, 섭국, 황태 보양탕, 삼겹살, 잔치국수를 판다. “양양 5대 먹거리 강추합니다”라고 가게 벽에 늠름하게 붙여두었다. 시장 안, 어깨 부딪치며 걷는 골목길에서 ‘만나식당’도 찾을 수 있다. 소머리국밥, 열무국수 등 메뉴 이름을 유리창에 붙여놓고는 산나물 부침을 그 자리에서 구워 주는 집이다.

‘죄피 장떡’도 부친다. 추어탕에 넣는 초피가 이 지역 말로는 ‘죄피’다. 강원도에 살면서 감자전, 메밀전만 보다가 동해 바닷가에 오니 산나물과 초피나무 열매로 구운 주전부리를 본다. 여행자는 구워둔 전을 포장해 가는 것도 좋겠다. 산 냄새 풀풀 나는 강원도 산골의 전이다. 시장 끝집은 ‘동수네활어장’. 요즈음엔 오징어잡이가 영 예전 같지 않단다.

그래도 여기는 동해다. 동수네활어장에서 살아 있는 오징어나 문어를 사면 된다. 선하고 넉넉한 아저씨가 횟감으로 칼질을 하고 원하는 대로 손질을 해주니 포구에 가지 않고도 바닷가에 온 내 노림수가 단번에 해결되는 집. 가게 안에서는 칼질한 회를 먹을 수도 있다.오일장이 서는 날이면 절대 놓치지 않아야 할 집이 있다.

주점 ‘봄날은 간다’. 평일보다는 꼭 오일장이 열리는 날(매달 4, 9, 14, 19, 24, 29일)에 맞춰 가는 것이 좋겠다. 이 집 바깥주인 박씨 아저씨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심마니다. 이 심마니 아저씨는 산삼을 캐서 혼자만 드시는지 낯빛은 빛나고 장동건보다도 외모가 좋다. 오일장 날만 ‘봄날은 간다’ 앞에서 난전을 펼치고 왕새우를 튀긴다. 옆에서 안주인은 부추전을 부치고. 심마니 아저씨가 서울의 웬만한 일식집보다도 깨끗하게 새우를 튀긴다.

이 집은 막걸리도 일품인데, 주문 생산한 탁주다. 찌그러진 주전자에 담겨 나와 운치까지 더한다.어지간히 양양전통시장을 구경했으면 ‘솔비치 리조트’로 가자. 다비도프(DAVIDOFF)에서 커피를 주문하고 여름 바다를 내려다보라. 동해에서 가장 정돈된 모래사장, 오른쪽의 깎아 내리는 바위산을 보면 세상 일이 온데간데없다.

양양에서 꼭 바닷가 정찬을 원하면 ‘동일식당’이 있다. 동해에서 잡히는 곰치로 탕을 끓이는 집이다. 동해 해물을 끓이고, 찐 메뉴뿐 아니라 불고기, 삼겹살, 닭볶음탕도 있어 온 가족이 들르기에도 적합하다. 깔끔한 밥상이다. 북쪽 경계의 속초시는 원래 양양군 속초읍이었다. 지금은 역전되어 오히려 속초가 양양을 품고 있는 형국이다.

설악산을 개발하며 관광 리조트가 대거 들어섰고 속초 시내 고층 아파트는 산을 가리고 바다를 막고 서 있다. 속초 중앙시장에서 가끔 장을 보는데 몇 년 전부터 찻길이 얼마나 막히는지, 동해 포구도 묻힐까 괜한 염려도 한다. 주차가 난감한 중앙시장 인근에 어렵게 자리 잡았으면, 갯배 선착장으로 걸어가자. 영화 세트장 같은 갯가 포구 풍경이 나오고 ‘송도횟집’이 보인다. 아마 속초에서 가장 오래된 횟집일 거다.

가자미 세꼬시, 물회를 내는 막횟집이다. 나는 오래전부터 이 집을 택했다. 속초 출신 내 친구가 소개한 집이다. 여느 포구의 풍경과 다른 훈훈한 가정식 횟집. 바닷가 식당은 이래야지 하고 마음 놓게 되는 집. 근래 들어 찾는 손님이 너무 많아, 이것이 흠이다.바닷가에 왔으니 회를 절대 놓치지 않겠다는 분께는 꼭꼭 숨어 있는 식당, ‘먹거리마을’을 추천한다. 속초 시내에서 설악산 방향의 주택가 골목에 있다.

선장 영감님이 회 손질을 직접 하고 부인은 탕을 끓인다. 자기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 그날 잡은 생선으로 회를 뜨니 미리 확인하고 가야 한다. 고기 올라오는 것이 날마다 들쑥날쑥하고 때로 불콰해진 선장님의 뱃사람 이야기가 재미있다.38선 한참 위로 올라왔으니 휴전선까지 가본다. 고성군, 국토의 가장 북단이다.

양양-속초-고성, 7번 국도 따라 위로 위로 올라가는 길. 낙산, 물치, 대포, 외웅치, 동명항, 장사항, 천진항, 아야진, 문암항, 공형진, 가진항, 거진, 화진포. 이삼십 분 거리에 무슨 항과 포구는 이다지 많은지. 보이는 포구마다 ‘어촌계, 수산센타, 회센타’. 국토의 최북단에 아슬하게 대진항과 ‘일미회집’이 있다.

우리나라 바다 삼면의 섬과 연안에 있는 그 많은 횟집 중에 대진항의 일미회집을 레전드로 꼽는 진지한 맛객들이 있다. 세월이 무상하여, 주인아주머니는 지금 병상에 누워 더 이상 손맛을 볼 수 없고 선장 영감님도 이제 배를 타지 못할 것 같으니 안타까울 뿐이다. 금강산 자락 타고 긴 바람이 내려오는 대진항은 김기덕이나 홍상수 감독이 알면 바로 영화 촬영지로 점찍을 듯한 동해 최북단 포구다.

여기 뱃사람들이 애용하는 ‘부두식당’에서는 생선 찜, 찌개, 탕을 판다. 돌부처 같은 고성 토박이 아주머니가 손님을 받는다. 어떻게 정운찬 총리도 다녀간 모양이다. “맛있는 음식과 후한 인심이 국가의 품격을 높여줍니다.” 총리께서 이렇게 써두었다.

국가의 품격까지는 모르겠으나 ‘부두식당’이 있어 대진항은 꼭 가볼 만한 곳이다. 미세 먼지 농도가 전국에서 가장 낮다는 청정한 고장, 고성군. 식당의 주인들은 정답고 바람은 시원하다. 동해 갯바람인가, ‘미시령 큰바람’인가. 금강산 바람이 섞여 부는 곳.

글쓴이 김민식은…

내촌목공소 고문이자 나무를 주제로 한 강연 ‘김민식의 나무이야기’ 진행자. 젊은 시절부터 원목과 목재를 고르기 위해 세계를 누비던 그는 세계적 레스토랑을 찾아다닌 이력 역시 길다.

에디터_안지선 | 글 김민식 | 디자인 이예슬
여성중앙 2017.0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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